The Show Must Go on

길스토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금윤경 부대표를 필두로 프로보노 오승열, 전인재, 공성은, 조상근, 길스토리의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길스토리의 창립부터 작년 <김남길의 우주최강쇼>가 절정에 이르기까지, 길스토리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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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스토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___ 금윤경. 전 2010년 인도네시아 지진 피해 현장에 공익 PR 홍보전문가로 같이 갔었죠. 당시에 김남길 대표님은 좋은 일을 하고 봉사활동 다니는 팬클럽을 만들면 어떨까 했어요. 2010년에 드라마 <선덕여왕>(2009) 방영이 끝난 후, 5000명이 넘는 팬들이 직접 나서서 팬 미팅을 할 정도였으니까. 그 후 김남길 대표님이 병역의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인도네시아에 갔던 조남룡 사진가와 김남길 대표님 집에 모여서 앞으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처음 만들어진 게 팬 페이지였어요. 팬들과 봉사활동 할 수 있는 블로그, 그걸 ‘길스토리’라고 부르자고 했죠.

___ 금윤경. 오승열 실장님을 만난 사연이 독특해요. 어느 분에게 플랫폼을 설계해달라고 했더니 견적이 엄청 나오는 거예요.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인터넷 여행사를 하는 대표님과 의논하다 추천받을 기회가 생겼는데, 굉장히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해주시는 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만나 보니 1/10 비용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하는 거예요.

___ 오승열. 여행사 대표님이 아는 친한 동생이 어디서 견적서를 받아 왔는데, 걱정이 되니까 한번 가서 봐줄 수 있겠냐고 하셔서 만나러 갔어요. 사이트에 어마어마한 기능이 있었고. 제가 봐도 이거 다 개발하면 1억 원이 넘었죠. 솔직하게 돈이 별로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러면 이렇게 돈을 들여 할 필요는 없고, 처음부터 이게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약간 다른 방법으로 해서 비용을 줄일 수는 있다. 이런저런 방식으로 하면 어떻겠냐, 말씀을 드렸는데 갑자기 저한테 직접 해주세요! 이렇게 된 거예요. 그래서 바로 한 거죠. 지금 있는 홈페이지는 세번째 버전쯤 될 거예요.

___ 금윤경. 처음엔 전 세계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번역가들을 찾았죠. 일본어, 중국어, 영어 등. 예전에 제가 관광업에 종사했을 때 국내에서 일본 언론인들을 코디네이팅하던 분을 알고 지냈는데, 취지를 얘기했더니 참여하겠다고 하셨어요. 그분이 바로 일본어 번역해주시는 공성은 씨예요. 그런데 공성은 씨가 중국어 번역도 필요하지 않냐고 하더라고요. 영어, 일본어와 다르게 중국어가 항상 하루이틀 늦어요. 그 이유가 공성은 씨가 일본어로 먼저 번역한 후에 중국어 번역을 하는 거예요. 중국어는 웨인(WenYing, Li)이 번역하는데, 중국 본토어나 대만어가 같이 나갈 때도 있어서 이럴 때 어떻게 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국제 정세를 직접 판단해주죠. 어떤 문제나 물의를 안 일으키기 위해서 이분들이 많은 노력을 해주고 계시죠.

번역가님들은 길스토리에 어떻게 참여하셨나요?

___ 공성은. 우선 부대표님을 잘 알기도 했지만, 사실 배우 김남길에 대해서 몰랐으면 안 했을지도 몰라요. 제가 취재 코디네이터 일을 할 때, 김 대표님을 취재하는 일본 잡지사 일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그때 대표님께서 젊은 연주가들과 함께하셨어요. 그중 한 분이 시간에 많이 늦었고, 옷차림이나 기본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와서 취재진들이 난감해했지만 그대로 진행을 했습니다. 나중에 대표님께서 늦게 왔던 분을 조용히 부르시더군요. 사람들 없는 곳에서 애정어린 충고를 하셨어요. 좋은 연주가가 되길 바라며 해주는 대표님의 말씀이 참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어서 함께하기로 결심했어요. 프로보노들의 글과 사진을 보며 오히려 제가 힘을 받아요. 결혼, 출산 등 여러 이유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무언가 힘을 받게 되니 함께 안 할 수가 없어요. 번역 쪽이라 프로보노들을 자주 못 뵙지만, 어떤 길을 걷든 늘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에 힘이 됩니다.

___ 금윤경. 웨인이 길스토리를 너무 좋아한다고 하던데, 왜 그런지 궁금해요.

___ 공성은. 중국어 번역하는 친구 웨인은 제 대학 동기에요. 항상 친구들을 믿고 응원해주는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든든한 친구죠.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친구인 데다 대만에서 배우 김남길이 인기가 많다며, 제가 하는 일을 응원하고 좋아해줬어요. 마침 다양한 언어로 많은 분들이 보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와서 웨인에게 물어봤고, 흔쾌히 승낙해줬습니다. 번역은 제가 한국어를 일본어로 바꾼 후에 웨인이 일본어를 다시 중국어로 번역해주는데요. 번역이 늦어지면 부대표님도 안 하시는 재촉을 더 무섭게 해요.(웃음) 팬의 입장을 너무 잘 아는 친구라 뭐든 피드백도 빠르고 길스토리에서 소개된 곳도 매년 직접 다녀올 정도로 열정적인 친구입니다. 고맙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주는, 길스토리에 없어서는 안 될 프로보노죠.

___ 금윤경. 영어도 그 사람의 철학과 세계관에 따라 달라지더라고요. 조상근씨가 맡기 전에 여러분한테 번역을 부탁드렸는데, ‘작지만 위대한 움직임(A Humble but Mighty Movement)’에서 ‘작은’을 대부분의 번역가들이 ‘스몰’이라고 번역했는데, 상근 씨는 ‘험블’로 번역해 주셨어요. 그런 디테일의 차이가 좋았어요. 모든 의미와 용도와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서 번역을 해줘요. 김 대표님이 유럽단편영화제 리셉션 갈 때 통역도 옆에서 같이 해주기도 했죠.

___ 조상근. 디테일이 좋을 수밖에 없는 건 부대표님이 그만큼 상황 설명을 잘해주고 믿어주시기 때문이에요. 한 문장 번역을 요청하시면서도 저에 대한 믿음이 느껴져요. 일을 맡기는 듯한 느낌이 아니라, 함께 길을 동행하는 사람처럼 저에게 손을 내밀어주시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부대표님이 아마추어 번역가인 저를 믿지 마셔야 하는데, 믿어주시니 저 역시 더 마음을 쓰고, 더 생각하고, 더 질문하며 문장을 번역하는 거 같아요. 지금까지 함께할 수 있었던 건 부담이 없어서? 여러 사회활동을 할 때는 분명한 동기와 목적을 가지고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엔가 열정을 잃어버리고 부담스러운 순간들이 오잖아요. 보통 그럴 때는 다른 길을 찾고 헤어지는데, 길스토리는 부담이 없어요. 그냥 모든 사람이 각기 길을 가면서 겪는 일, 생각하는 일을 표현하고 나누고, 공유하는 데 부담이 없어서 함께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모두 길스토리의 숨은 공로자들인데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시다면?

___ 금윤경. 전인재 실장님의 길스토리 로고 변천사를 넣어서 얘기해주고 싶어요.(웃음) 처음 로고가 김 대표님이 직접 쓴 글씨체였잖아요. 그때는 전인재실장님이 안 계셔서. 우리가 아이디어를 낸 게 직접 쓴 글씨체로 로고를 만드는 일이었어요.

___ 전인재. 그 당시에는 한창 캘리그래피가 유행이기도 했어요. 여기저기에서 캘리그래피를 가지고 간판도 만들고 책 제호도 만들고 했으니까요. CI도 만들고 그런 게 있어서 쉽게 접근하기 좋으셨겠죠. 길스토리의 프로보노들이 여러 가지 인연으로 다 아는 분들이지만 그런 관계에도 불구하고 길스토리에서 제가 뭔가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별로 안 했어요. 디자인은 곰곰이 생각하고 한참 두고 보거나 하지 않으면 결과물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길스토리 CI를 리뉴얼을 하고 보니까 초창기에 만들었던 디자인이 맘에 안 드는 거예요. 그 이유를 스스로를 합리화시키자면 너무 시간이 적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것처럼 온 힘을 다해서 온 마음을 다해서 할 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발을 담그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이번에 길스토리 매거진 작업을 하면서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 다행히 시간이 있었어요.(웃음)

___ 금윤경.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하죠.(웃음)

___ 전인재. 예전부터 기업 홍보물을 많이 만들다 보니까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가 있어요. 뭔가 보여주고 컨펌 받는 과정에서 조율하는 게 힘든 것도 있었고. 길스토리 매거진을 만들면서 부대표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저희는 마음이 잘 맞는 거 같아요’(웃음) 이런 멘트들. 그런 게 좋았어요.

아쉽게도 <우주 최강 쇼>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네요.

___ 오승열. 그래도 길스토리에게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죠.(웃음) 비대면 거점.

___ 금윤경. 그래서 지금 우리가 매거진을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매거진도 공공예술 캠페인의 하나일 수 있어요. 코로나 시대라 온라인이나 언택트로 모든 콘텐츠를 접촉하다 보니 더욱 스킨십이 중요하잖아요. 누구나 접촉하고 싶어 하는 욕망과 욕구를 가지고 있고. 이럴 때도 팔리는 책이 있겠죠.

___ 공성은. 코로나19로 시대가 바뀌는 것 같아요. 다른 길이 생기는 걸 느끼며 아직은 처음 걷는 길이라 다들 불안해하며 많이 민감해진 상태지만 또 새로운 길에 대한 희망도 있다고 봐요. 길스토리는 서로가 더욱더 보듬어줄 수 있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전문은 도서 [CUP vol.0: 5 Years Record of GILSTORY]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