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lgrims on the Road, Rural Bus

길을 읽어주는 남자가 걸어온 길, 시골버스

<길을 읽어주는 남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길 길을 찾고, 그 길을 걸으며 나의 이야기를 더한다면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살고 있음을 알게 되리라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잊혀가는 소중한 길을 찾고 그 길을 읽어주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바라보았고, 그렇게 얻은 경험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했다. 북촌, 성북, 한양도성, 제주, 남해, 삼척 등 길을 읽어주는 남자가 걸어온 지난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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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인심과 정겨움을 싣고 흘러가는 버스

오래전, 지은석 감독은 남해 버스 안에서 녹음된 안내방송을 듣다가 남해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버스 방송을 사투리를 쓰는 이 지역의 어르신이 하시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시골버스 프로젝트는 그런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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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석 영상감독은 <길을 읽어주는 남자, 시골버스>편을 위해 시골버스의 영감을 준 남해로 다시 돌아갔다. “사투리로 버스 안내방송을 녹음하면 지역의 고유한 정서를 사람들한테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길스토리의 지원을 받아 혼자 3박 4일 필름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녔다.” 모든 가능성을 열고 출발한 여행답게 남해 시골버스가 데려다준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

두모마을에 머물면서 동네 어르신들과 시골버스에 대해 논하기도 했다. 좋은 자연은 사람을 만들고 그것이 모여 남해가 된다는 생각이 이르렀다. 조금씩 마을 사람들의 삶이 보일 무렵, 이 프로젝트도 결국 ‘사람’의 이야기라는 걸 깨달았다.

지은석 감독은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에 흠뻑 빠져 지냈다. 진하지 않은 향기를 머금은 필름 영화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서울살이에 지친 현우(최민식)가 중학교 관악부 선생을 하는 탄광촌 마을이 떠올랐다. 바로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2004)의 촬영지인 강원도 삼척시 도계. 무더운 여름, 그곳을 향해 무작정 기차에 올라탔다.

* 전문은 도서 [CUP vol.0: 5 Years Record of GILSTORY]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