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lgrims on the Road, Seongbuk

길을 읽어주는 남자가 걸어온 길, 성북

<길을 읽어주는 남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길 길을 찾고, 그 길을 걸으며 나의 이야기를 더한다면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살고 있음을 알게 되리라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잊혀가는 소중한 길을 찾고 그 길을 읽어주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바라보았고, 그렇게 얻은 경험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했다. 북촌, 성북, 한양도성, 제주, 남해, 삼척 등 길을 읽어주는 남자가 걸어온 지난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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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분주한 도시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뚜벅뚜벅 걸으면서 일상의 여유를 찾기 원한다면 성북동만큼 안성맞춤인 곳도 없다. 성북동은 운치 있는 길상사와 심우장이 있는 북정마을, 두 곳으로 나누어 방문할 수 있다. 어느 곳을 가든 속세의 시간에서 벗어나 옛 정취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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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이란 동네 이름만 들어도, 생각나는 시가 있다. 바로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이다.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이 시구만 떠올려도 성북동 옛집이 모여 있는 고색창연한 길을 걷고 싶거나 성북동 비둘기길을 방문해보고 싶어진다.

이렇듯 한양도성과 함께 세월을 머금은 성북동은 예술과 문화 이야기를 담은 공간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혜곡 최순우 옛집, 만해 한용운의 심우장, 상허 이태준의 수연산방, 간송 전형필의 간송미술관 등. 시대를 풍미했던 문화예술인들과 그들의 이웃들이 지켜낸 성북동의 역사적인 공간과 길은 오늘날 소중한 문화가 되고 역사가 되어 우리 곁에 흐르고 있다.

2015년, <길을 읽어주는 남자, 성북> 편은 먼저 마음이 힐링되는 곳, 길상사(吉祥寺)에 들른 후 북정마을로 향했다. 길상사는 자주 방문해도, 서울 안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절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번 감탄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특히 붉은 단풍이 만개하는 가을에는 절경을 이룬다. 길상사의 원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원래는 유명 음식점이었던 대원각이 탈바꿈하여 절이 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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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각을 기증한 인물은 길상화(1916~1999, 본명 김영한)로, 시인 백석과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수필 <내 사랑 백석>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1995년 ‘대법사’로 등록했다가 1997년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로 이름을 바꾸어 등록하고 창건했다. ‘무소유’의 행복을 실천했던 법정 스님이 머물렀던 공간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눈높이의 돌담, 나무그늘 평상, 작은 대나무 숲을 조용히 만날 수 있는 길상사에서는 앉을 곳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김남길의 마음에 빈자리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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