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화신. 솔직한 사람의 자문자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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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패기 넘치던 스무 살. 싸이월드 자기소개란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내가 누구냐고? 내가 누군지는 나도 잘 몰라.”
이걸 쓸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도, 나이가 들고 삶의 경험이 축적되더라도 여전히 나 자신에 대해 모를 거라곤. 물론 내가 쌓아온 커리어를 설명할 수는 있다. 현재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 『나를 지키는 말 88』이라는 세 권의 저서를 출간한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며, 길스토리 프로보노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지만 내가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인지는 아직까지도 명쾌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였을까. 셀프 인터뷰를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길스토리의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어렵겠지만 한번 해봐야겠다고 선뜻 마음먹었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할 때 내가 나에게 과연 어떤 말들을 할지 나 자신도 궁금했다. 자, 그럼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아직도 자기가 누군지 모르는 한 인간의 자문자답 인터뷰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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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생활을 하면서 세 권의 에세이를 출간했다. 책을 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___ 오랜 시간 기자로서 취재원의 말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해왔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나도 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내 글을 쓰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책을 내기로 결심했다.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전달자가 아니라 유일무이한 주인공으로서 세상에 내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고 표현함으로써 세상과 관계 맺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던 것이다. 이런 목적이 아니더라도, 글쓰기 자체에서 재미를 많이 느꼈기 때문에 나는 기자라는 본업을 수행하는 중에도 퇴근 후와 주말 시간을 활용해 책을 쓸 수 있었다.

글을 쓸 때 소재나 주제는 주로 어떻게 찾는지.
___ 사실 이건 내 최대 고민거리다. 요즘 생각이 많아져서 글을 쓰기가 어려워졌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반응도 좋고 나도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을 고민하느라 선뜻 펜을 들지 못하는 답보 상태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처음에 글을 쓸 땐 참 단순했던 것 같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억하려고 썼다. 가령, 사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앞으로 이런 태도로 나는 살아야겠다’ 하고 결심이 서면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글로 남겨두는 식이다. 한마디로, 온전히 나를 위한 글을 썼던 거다. 다시금 이렇게 단순한 마음으로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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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기 위해 쓴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이것이 글을 쓰는 이유인가.
___ 그렇다. 이런저런 다양한 이유로 쓰는 것 같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게 가장 큰 이유 같고. 사람은 성장하면서 각자 다른 경험과 관점을 쌓아가며 ‘나’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잖나. ‘나’를 만들어갈 때 가장 유용하게 사용됐던 도구가 내겐 글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어떻게 살아야겠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 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노트에 항상 적어왔는데, 그걸 썼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나로 진화할 수 있었던 같다. 글을 쓰는 건 어쩌면,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마음속 깊이 각인하는 작업일 테다. 내가 쓴 글이 나를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글을 쓸 때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가.
___ 내 글의 특징은 스토리가 있기보다는 인문서나 철학서처럼 관념을 풀어낸 쪽에 가깝다는 것이다. 평소에 이런저런 생각 하는 걸 좋아해서 아마 이런 종류의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은데, 그래서 영감이라고 하면 머릿속에서 얽히고설키며 이어지는 나의 생각들인 것 같다. 즉, 홀로 하는 사색이 곧 나의 영감의 원천이다.

* 전문은 도서 [CUP vol.0: 5 Years Record of GILSTORY]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