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아. 행복을 그리는 꽃 한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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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자기 작품에 대한 무한 자부심, 누구도 건드려선 안 되는 예술혼,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곤두선 신경과 그에 따른 예민함... 이런 게 우리에게 익숙한 예술가의 이미지라면 이 글을 읽는 동안 잠시 넣어두시길 바란다. 그래픽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하민아 작가는 홀로 도도한 예술가가 아닌, 사람 속에서 숨 쉬고 웃고 그리는 그야말로 ‘인간 한가운데 선 예술가’이다. 이렇게 사람 냄새 나는 작가를 만나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길스토리를 지켜봐온 독자라면 아시겠지만, 그는 길스토리 프로보노로 오랫동안 활동 중이다. 재미있고 따뜻한 컬러로 보는 이들에게 달콤한 쉼과 편안함과 기쁨을 주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홍익대학교 대학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하민아 작가는 현재 그래픽 디자이너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동시에 일러스트레이터로도 10년 이상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책 표지를 비롯해 어린이 동화책의 삽화를 그리기도 하며, 서울디자인페스티벌과 디자인 페스타 등에도 참여했다.
단풍이 예술이던 어느 가을 오후, 서울 마포구 카페에서 하민아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사실 하민아 작가를 이날 처음 만난 건 아니지만, 처음 만난 기분이었다. 그가 얼마나 사람을 향해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인지 이날 인터뷰를 통해 처음 알게 됐기에 그날에야 비로소 제대로 그를 만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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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처음 그림을 그리게 되셨나요?
___ 4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어릴 때 엄마가 벽에 달력을 붙여놓으시면 거기다 그림을 그리곤 했어요. 유치원 때는 전국 그림대회에서 은상을 받았어요. 그때 ‘나는 그림을 그려야지’ 하고 결심했어요. 그때 이후로 한 번도 제 꿈이 바뀐 적이 없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___ 특별히 영감이 떠올라서 작업하기보다는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게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오늘 여기 인터뷰에 나와주신 분들과 만나서 좋았으면 집에 가서 그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거죠. 마치 밤에 일기를 쓰는 것처럼요. 저는 기분이 좋을 때만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해요. 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기분이 좋았으면 하기 때문이에요. 제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절대 작업을 안 해요. 중학교 때부터 이런 생각을 했고, 쭉 이걸 지켜왔던 것 같아요. 기분 좋을 때만 작업한다는 규칙이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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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습관을 가지게 됐는지 조금 구체적으로 말해주세요.
___ 그림을 보시는 분에게 작가의 힘든 감정이 전달되는게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의 안 좋은 기분이 남에게 전이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예전부터 있었는데, 그냥 제가 그런 성격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나 때문에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안 좋은 영향을 받는 게 싫어요. 저는 주변의 친한 사람, 친구나 어머니가 평온한 상태여야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그들이 편안할 때 뭘 하든 기분 좋게 임할 수 있거든요. 옆에 있는 사람들이 잘 있고, 밥을 잘 먹는게 제게는 무엇보다도 우선이에요. 제 작업에 있어서 주변인들의 행복이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아버지를 닮아서 어릴 때부터 오지랖이 넓은 편이었고, 주변 사람들 챙기는 걸 좋아해서인 것 같아요.

고독하게 작업하는 예술가의 이미지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___ 워낙 사람을 좋아해요. 꽃을 그리거나 캐릭터를 그릴 때도 주변인의 에너지가 그림의 소스가 됩니다. 사회적인 관계, 사람 사이의 마음에서 가장 큰 영감을 얻어요. 엄마나 친구들이 시간을 내서 몸이 불편한 저를 이렇게나 도와주는데 제가 어떻게 작업을 대충 할 수 있겠어요. 절대 그럴 수 없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게 주어진 작업을 한 번이라도 열심히 안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저를 도와주는 주변 사람들이 너무 고맙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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