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별. 미숙한 답으로 건네는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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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전라북도 김제의 폐가를 구입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PD가 있다. ‘오늘을 사는 어른들’이라는 의미를 가진 ‘오느른’ 채널. MBC 소속의 최별 프로듀서가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녹여 만든 콘텐츠다. 사실 처음에는 그저 300평에 4500만 원을 주고 샀다는 폐가를 멀쩡한 집으로 고쳐가는 과정을 담아내는 채널인 줄 알았다. 힐링 콘셉트에 맞춰 시골의 풍경과 전원생활을 그려내는 평범한 콘텐츠 말이다. 그녀가 ‘오느른 오, 피스’라는 카페를 열어 조용하던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시골의 작은 골목길에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와 연주회를 열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녀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쌀농사까지 지으며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일의 의미까지 되새기게 하고 있다. 이 채널은 큰 영감이 있어야만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최별 프로듀서의 삶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녹여 만든 콘텐츠다. 정답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미숙한 답을 내리며 살아가는 누군가가 여기에도 있다는 걸 이야기해 주고 싶다는 사람. 그녀가 들려주고 싶은 다음 이야기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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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___ ‘오느른’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프로듀서이자 유튜버이기도 하고요. 프로듀서와 유튜버로 동시에 활동하는 PD가 몇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운 좋게 1년 넘게 이렇게 일을 하고 있네요. 유튜브 채널 ‘오느른’의 배경이 되는 김제에는 원래 쉬러 내려갔었는데요. 이제는 어느 정도 충분히 쉬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고 싶은 이야기로의 전환을 시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PD가 되셨나요?
___ 항상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고 관심이 가는 주제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퍼뜨릴 수 있는 방법이 방송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죠. 방송국을 생각하면 기자, 아나운서, PD가 먼저 떠오를 텐데요. 그중에 아나운서는 대학생 때 말하기 수업 선생님이 안된다고 하셔서 처음부터 포기했고요. (웃음) 기자도 성격상 제가 버티기 힘들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남는 게 PD밖에 없었어요. 마지막 남은 PD도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지를 몰라서 포기할 뻔했다가, 우연찮게 학과 사무실에 붙은 다큐멘터리 조연출 모집 공고를 보고 시작하게 됐어요. 외주 제작사에 처음 들어가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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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가 되어보니 생각했던 대로의 삶이 계속되던가요?
___ 제가 PD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스스로 기획해서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막상 방송국에 들어오고 보니 방송국 PD의 일은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정해진 프로그램과 포맷 안에서 제가 가진 능력으로 효과적이고 또 효율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게 방송국 PD의 역할이라는 걸 알았을 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데?’ 하면서 조금 아쉬웠어요. 그런데 ‘다들 꿈꾸는 직업이니까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고, ‘이게 과연 내가 원하던 일이 맞나?’ 하는 생각도 하고,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하는 생각까지 들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오느른’이라는 채널을 하기 직전의 이야기이죠. 꿈꾸던 직업을 갖게 되긴 했지만 제 생활이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녁 7시 퇴근이 진짜 일찍 퇴근하는 거였거든요. 직장과 5분 거리에 있는 집에 와서 씻고 뭐 하고 하면 저녁 9시인 거예요. 그때 치킨을 시키고 그 치킨 먹다 잠든 저를 발견했을 때 이게 과연 좋은 삶인가, 이렇게 사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20대에는 꿈을 이루고 하고 싶은 일 하는 사람이 부러웠다면, 30대가 돼서는 ‘이렇게 사는 게 맞나?’ 하는 고민이 찾아왔던 거죠. 그래서 ‘내가 삶의 균형을 잃은 것 아닐까?’ 하는 고민까지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PD가 되고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___ ‘오느른’인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마음이 힘들었거든요. 20대 초반엔 그 이야기를 언젠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서 제가 극복해서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말해줘야지 하고 막연히 생각했었어요. 그러다 PD가 되고 일상을 살면서 완전히 잊고 있었죠. 근데 ‘오느른’을 한창 연재하고 지내던 어느 날 문득 ‘아, 이게 그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사람들이 거기서 위로를 받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PD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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