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수. 문학과 음악, 그리고 공감의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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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강백수의 노래는 담백하다. 현실적이고 직선적인데 짠하다. 낄낄대며 듣다가 갑자기 코끝이 찡해져서 민망해진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인 강백수는 꼭 자기 노래를 닮았다. 그야 당연한 말이겠지만, 아무튼 그는 그런 사람이다. 2008년 계간 『시와 세계』를 통해 등단하고, 2010년 <노래, 강을 건너다>를 발표하며 가수로 데뷔한 강백수. 최근작으로는 2021년 2월 발매한 정규 3집 앨범 <헛것>이 있다. 시와 노래 외에도 산문집 『서툰 말』 『사축일기』 『몸이 달다』를 출간했다.

강백수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이며, 1인 기획사 강백수문화사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학부에 이어 국어국문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하니 학구열까지 엿보인다. 백수란 이름은 뻔뻔한 농담인 듯하다. 그는 매번 자신을 ‘문학과 음악의 요정’이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그의 글과 노래들은 자기소개처럼 마냥 깜찍하지만은 않다. <타임머신>이란 그의 대표곡을 들어보시라. 울지 않고 이 곡을 들을 수 있는 자 누구란 말인가. 덤덤하게 사람 울리는 데는 아주 타고났다. 익을 대로 익은 단풍잎이 비로소 떨어지기 시작하던 날, 서울 마곡동의 한 카페에서 반전 매력으로 가득한 가수 강백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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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마친 공연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코로나 영향으로 무대에 서지 못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재개한 공연이었다고 들었어요.
___ 보통의 사람들에게 토요일 저녁이 얼마나 값지고 중요한 시간인지 알기 때문에 그 시간을 내서 나를 보러 와준다는 것에 감격스러운 마음이 항상 있어요. 그런 마음으로 몇 달씩 버텨내곤 하는데, 이번에는 공백이 길어지다 보니까 심적으로 힘들기도 했어요. 이전처럼 재밌게 공연을 할 수 있을까, 감이 떨어지진 않았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렇진 않아서 즐겁게 공연했습니다.

팬들로부터 에너지도 많이 얻었을 것 같은데요.
___ 공연에 오신 제 팬들의 절반 정도는 얼굴도 알고 이름도 알거든요. 서로 잘 지내고 있는 모습에 안도했던 것 같아요. 원래는 공연이 끝나고 팬 카페 회원들과 뒤풀이를 하는데 이번엔 코로나 때문에 그럴 수 없어서 아쉬웠어요.

강백수에게 관객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___ 관객과의 만남이 저한테는 연료 같은 역할을 합니다. 창작은 제가 하지만 창작을 할 수 있는 에너지는 관객에게서 얻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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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 에세이도 쓰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노래 가사를 쓸 때와 시를 쓸 때 영감을 어떻게 얻고 있나요?
___ 노래나 시 모두 일상에서 영감을 얻고 있다는 건 동일한데요, 노래를 만들 때는 내 감정을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에 초점을 맞춥니다. 아무래도 노래는 대중예술이니까요. 시는 일상 속에서 약간 비일상적인 광경을 목격했을 때 더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모두가 바쁘게 일하는 시간에 모두가 바쁘게 일하는 동네에서 편의점에 앉아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아저씨라든가, 은행에서 행패를 부리다가 쫓겨나는 할아버지를 봤을 때처럼요.

강백수의 노래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데서 탁월함을 보입니다. ‘사람에 대한 연민’으로 곡을 쓴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적 있는데, 그렇게 만드신 곡이 있나요?
___ 어느 날 종로에 가서 학교 선배를 만나 같이 점심을 먹었어요. 청계천변이 직장인들로 엄청 북적였죠. 밥을 먹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일제히 커피를 들고 걷다가 오후 1시가 되니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인파가 싹 사라져 버리는 거예요. 그 광경을 보고 쓴 게 <오피스>라는 곡입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봄을 즐겨보려는 사람들의 애처로움에 대해 노래했어요. 연민이라면 연민이고, 공포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재미있기도 한, 다양한 생각을 일으키는 것들을 소스 삼아 가사를 만들고 시도 씁니다.


* 전문은 도서 [CUP vol.1: 개인의 취향은 어떻게 영감이 되는가]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