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열. 나에게 영감은 ‘생각’이다.

Moments of Inspiration
잊히지 않는 영감, 단 하나의 순간이 있다면?
길스토리 프로보노 9인에게 ‘영감의 순간’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형열
HYUNGYEOL LEE / CREATIVE DIREC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형열은 카피라이터로 활동했고, 지금은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하고 있다.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글 쓰는 것을 잘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는 그는, 무엇보다도 사람 냄새 나는 글을 쓰고자 한다.

‘처음’ 또는 ‘강렬하게’ 영감을 받았던 순간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___ 광고회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다 보니, 아무래도 광고가 먼저입니다. 그중 SK텔레콤의 <사람을 향합니다> 캠페인은 아직도 강렬합니다. <좋은생각> 책이나 <샘터>의 사연도 아닌 것이 공익광고보다 착합니다. 사람에 대한 배려가 참 따뜻하게 녹아든 광고 참고서이자, 삶의 경전이에요. 이때의 감동이 워낙 커서 카피라이터에 입문했고, 요즘도 가끔 훔쳐보며 정신을 환기합니다.

최근에 영감을 불러일으킨 ‘무엇’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___ 최근에 결혼했어요. 그래서일까, 아내로부터 영감을 자주 얻습니다. 결혼이란 두 사람의 만남이 아니라 두 세계의 만남입니다. 익숙한 것들이 낯설어지는 인생관의 변화를 경험 중입니다. 생각이든 행동이든 모든 영감은 변화에서 시작되니까요.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___ 길스토리의 길이야기 캠페인 ‘길을 읽어주는 남자, 성북 편’ 오디오 가이드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길상사에서 북정마을로 이어지는 이 코스는 개발과 보존, 옛것과 새것, 도시와 시골 같은 대립하는 두 상황이 공존하는 마을입니다. 차라리 광고 카피가 더 쉽지, 어느 한 포지션에 치우쳐 대본을 쓰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답은 밖에 있었어요. 듣는 사람에게 마음을 향하니 영감이 찾아왔죠. 일상이 바빠서 짧게 듣고 싶은 사람을 위해 트랙을 구분했어요. 시간이 나면 가이드 전체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두 번, 세 번 이상 듣는 사람을 위해 트랙마다 콘셉트를 달리했어요. 심지어 잘 때 듣는 사람을 고려해서 강요 적인 메시지는 전부 없앴어요. 나아가 1년이고, 5년이고 오래도록 들을 사람을 위해 트렌디한 워딩 또한 과감히 없앴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다시 들어도 지루하지 않은 듯합니다.

나에게 영감이란?
___ 나에게 영감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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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하르방>

보다 자세히 말하면 사람을 향한 생각입니다. 좋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을 덜 생각한 거예요. 아니면 대상을 잘못 찾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