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복. 나에게 영감은 소통과 공감을 위한 ‘크리에이티브’ 그 자체다.

Moments of Inspiration
잊히지 않는 영감, 단 하나의 순간이 있다면?
길스토리 프로보노 9인에게 ‘영감의 순간’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인복
INBOK LEE / CREATIVE DIRECTOR

이인복의 본캐는 광고 크리에이터이며 제작자이다. 그동안 수많은 브랜드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해왔으며, 사회 초년생 때 주업무는 디자인 및 촬영이었고, 지금은 디렉팅 및 프로듀싱을 하고 있다. 그 경험을 통해 좋아하는 아웃도어와 관련된 브랜드 ‘힐그라운드’를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등 부캐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본캐에서 부캐로 오버랩 중이다.

‘처음’ 또는 ‘강렬하게’ 영감을 받았던 순간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___ 어릴 적 광화문 교보문고에 간 적이 있었어요.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하도를 통해 교보문고로 들어가는 통로에 소묘로 그려진 노벨상 수상자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죠. 동서양 여러 나라의 노벨상 수상자들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마지막 액자는 비어 있었고 해당 액자의 국가명은 ‘대한민국’이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미술을 하고 있었고 소묘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던 중이었으므로 비어 있던 ‘대한민국’ 액자가 눈에 들어왔어요. ‘나의 꿈인 광고 크리에이터로서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이후로 공익광고로 우리나라 최초 노벨 평화상을 받는 것이 저의 꿈이 됐어요. 바로 그때가 저의 꿈이 생겨나는데 영감을 받았던 순간입니다. 물론 이후에 김대중 대통령이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받아서 ‘최초’의 꿈은 사라졌지만 다른 형태로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최근에 영감을 불러일으킨 ‘무엇’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___ 현재 아웃도어 관련된 사업을 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아웃도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요. 등산, 트레킹,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으로 지구와 지구인들이 함께 건강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죠.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연령층과 만나며 자연과의 스킨십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함께 다니며 나눈 대화 속에서 좋은 ‘거리’ 즉, ‘영감’을 만나게 됩니다. 책상 앞에 앉아서 얻는 인터넷 정보만으로는 부족하기에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저의 좋은 영감을 얻는 활동이에요. 최근에 사람들과 등산이나 캠핑 또는 낚시 등의 활동 시 몸을 닦는 물티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물티슈는 비용 절감을 위해 미세 플라스틱으로 만든 폴리에스터(Polyester) 원단을 사용해 만듭니다. 이 원단은 인체에도 해롭고 자연에도 치명적이죠. 이렇게 나눈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하고 있는 샤워 티슈는 폴리에스터 원단 대신에 친환경적인 원단을 사용해 개발했어요. 브랜드 크리에이터로서 기술적인 분야에 취약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데 있어서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는 스킨십을 통해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___ 저는 미술 작가도 아니고 사진작가나 음악가도 아닙니다. 브랜드를 디자인하고 제품을 그려내는 크리에이터입니다. 요즘 ‘영감’이 떠오르면 제품이 완성되는데 ‘작품’이란 표현이 어울릴지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제가 ‘영감’을 받아 직접 만든 제품 몇 개를 소개하겠습니다.

1. 플로깅 집게
친구들과 산에 간 적이 있습니다. 요즘 20~30대의 등산객들이 참 많아졌다고 느꼈는데, 놀라웠던 건 그들이 남이 버린 쓰레기를 주우며 등산을 하는 모습이었어요. 그걸 본 저는 곧바로 젊은 크루들이 있는 모임에 가입했고, 그들과 함께 다니며 이야기를 나눴죠. 많은 젊은 친구들이 ‘플로깅(Plogging: 등산이나 트레킹을 하며 산의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란 이름으로 하이킹 및 트레킹을 하고 있었고, 이 활동은 점점 더 퍼지고 있습니다. 많은 아웃도어 기업에서 이미 플로깅을 위해 쓰레기 수거 봉투를 제작해 판매도 하고 있어요. 함께 활동하며 보니 쓰레기를 줍는 도구가 마땅하지 않았어요. 대다수는 손으로 집었고, 몇몇은 고기 구울 때 쓰는 집게를 사용하고 있었죠. 집게가 크면 산행을 할 때 거추장스러워서 안 가지고 다닌다더군요. 저는 중국에서 차를 덜 때 쓰는 집게가 떠올랐고, 커틀러리(Cutlery) 파우치와 카라비너(Karabiner)를 접목해서 현재의 ‘플로깅 집게’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563cbf9062e6196818e8481afef41f67_1652762370_3165.jpg

493c862342a5fc8032462879252490bd_1650601703_6501.jpg

493c862342a5fc8032462879252490bd_1650601704_9039.jpg

2. 샤워 티슈
등산이나 트레킹 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식당에서 땀냄새가 진동을 하고, 하루 종일 캠핑을 즐기며 힐링을 하다가 텐트 안 침낭에 들어가려고 하니 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왔던 난감한 경험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몽골이나 네팔에서 트레킹 할 때 숙소에 물이 안 나와 땀 냄새와 전쟁을 치렀던 경험이 있습니다. 임시방편으로 가져간 일반 물티슈로 몸을 닦아 냈지만 끈적임이 오래가고 냄새를 잡지 못해 불편했던 기억이 있어요. 대안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함께 갔던 여성분이 드라이 샴푸를 사용하는 것을 봤어요. ‘그래, 액상 파우더다!’를 외쳤죠. 거기에 유칼립투스를 넣어 상큼함과 소취 성분을 더해 지금의 뽀송뽀송 ‘샤워 티슈’가 탄생했습니다.

493c862342a5fc8032462879252490bd_1650601734_9303.jpg

3. 올인원 워시
얼마 전 부모님을 모시고 강원도 고성에 여행을 다녀왔어요. 코로나 시국에 위생에 더욱더 민감해진 어르신들은 차를 타고 내릴 때마다 손소독제를 사용했고, 화장실만 보이면 작은 용기에 덜어 온 핸드 워시를 이용해 손을 씻으셨어요. 숙소에 도착해 짐을 푸니 작은 가방 한가득 샴푸, 린스, 클렌징폼, 바디 워시 등을 챙겨 오셔서 꺼내고 넣기를 반복하셨죠. 옷에 음식물이라도 묻으면 샴푸를 조금 묻혀서 비벼 빠시고, 집에서 챙겨 온 컵이나 보온병 세척도 놓치지 않으셨어요. 몸이 좋지 않으신 어머니께서는 개인위생에 더욱더 민감해하셨어요. 그래서 짐이 한가득이었죠. 이런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수많은 여행자, 그리고 캠퍼족들을 위한 친환경 ‘올인원 워시’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563cbf9062e6196818e8481afef41f67_1652762782_5179.jpg

나에게 영감이란?
___ 나에게 영감은 소통과 공감을 위한 ‘크리에이티브’ 그 자체다.
저는 크리에이터입니다. 많은 이들이 크리에이티브는 ‘창조’라고 하지만 아닙니다. 크리에이티브는 ‘창의’입니다. ‘창조’는 없던 걸 만들어 내는 것이고 ‘창의’는 있던 걸 새롭게 만드는 것입니다. 크리에이터는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재료로 창의적인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그런 흔한 재료를 한데 모아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도 합니다. 주목적은 소통과 공감이에요.

493c862342a5fc8032462879252490bd_1650601775_9649.jpg